장원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역사탐방이어서 약간 흥분되었다.
홍보했을 때 보였던 반응에는 못 미치는 인원이었지만 탐방에 잔뜩 기대하고 있는 아이들과 학모님들의 바람을 안고, 오래전 잡혔던 약속을 뒤로한 채 참가를 하게 되었다.
잘 다녀오라는 듯 4월의 날씨는 너무 좋았다.
집결지는 유관순 체육관.
자녀들만 보내는 어머님들이 삼삼오오 계셨고,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다음번에도 해달라는 기대를 먼저 내비치는 분들도 계셨다.
주먹도끼 단장님과 우리는 작은 버스에 올랐다.
주먹도끼 단장님이 안내해주시는 오늘의 일정을 들으며 2014년 추억 속으로 잠깐 돌아갔다.
장원에 한국사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사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EBSi 앱을 깔고 최태성 큰별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85강이라는 숫자에 겁도 났지만, 난 점점 빠져들었고 무언가 자꾸 마음에 꿈틀대는 것이 생겼고 긁적긁적 하던 필기도 공책을 준비해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여러 왕들을 돌아보며 지금과 비교하고 여러 정책들도 지금 현실에서의 그 무언가와 비슷한 것을 발견하면서 삶의 지혜와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았다. 선열들의 이야기에 안타깝고 답답해서 울기도 했다. 어찌할 수 없는 그 순간순간들이 우리네 삶 같았다.
공부하는 내내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한국사 시험에 응시해서 좋은 결과도 얻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한국사가 출시되었다.
‘인물 한국사’
상품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준비를 해서인지 더 기대가 되고 흥분됐었다.
이런저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동안 버스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다.
아이들을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 박물관에 입장했다.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지?’
학생들과 선생님들로 박물관은 꽉 차 있었다.
의문은 금방 풀렸다.
선생님 한 분이 학생 5~6명을 인솔하며 그룹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우리의 미래는 밝겠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받아 적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무척 진지해 보였다.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난 4~6학년과 함께 했다.
고학년, 저학년으로 나누어서 수준에 맞게 설명해주니 아이들도 잘 이해하고 대답을 잘했다.
‘우리 인물 한국사’로 공부한 친구들이라 더 똑똑했다.
선생님이 한마디 하면 아이들은 두 마디를 했다.
아이들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대답하느라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이것이 산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으로 맛난 돈가스를 먹고 우리는 다음 견학지인 한성백제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나도 처음 와본 곳이라서 더 흥미로웠다.
주위에 활짝 핀 꽃들이 우리를 반기고, 로비에서는 거대한 풍납토성의 웅장한 성벽 단면이 한눈에 들어오며 반겨주었다. 판촉법과 부역법을 사용해 예전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한반도의 심장부인 서울지역을 왕도로 삼아 건국한 백제는 건국 이래 현재까지 2천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박물관은 백제한성시대와 백제에 이어 한강을 차지한 고구려와 신라시대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3개의 전시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제1전시실은 문명 초기 서울의 선사문화성과 권력이 출현하고 여러 나라가 성장하는 가운데 백제국이 마한의 소국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전시해 놓았다.
제2전시실은 서울을 터전으로 나라를 세워 5백년의 역사를 일군 백제한성시대의 다채로운 문화를 유물, 모형, 영상 등으로 소개해 놓았다. 특히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모형, 백제의 배 모형을 보니 바다를 무대로 활동한 해상강국 백제의 기상을 느낄 수 있었다.
제3전시실은 서울과 한강 유역을 둘러싸고 전개된 백제, 고구려, 신라 삼국간의 치열한 각축전과 한강에 남겨진 고구려, 신라 문화를 소개하고 한성 함락 후 웅진(공주)과 사비(부여)로 터전을 옮겨 문화의 꽃을 피운 백제 중흥기의 다양한 문화를 전시해 놓았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이웃하고 있는 석촌동으로 이동하여 모형으로만 보았던 무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참으로 웅장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백제인들의 마음이 거대한 무덤으로 표현된 것은 아닌지 혼자 생각해 보았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보통 이 시간이면 지쳐서 꿈나라에 가 있기 마련인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주먹도끼 단장님의 위대함이 발휘되었다.
사진-돌무덤사진-현대와의 조우아이들과 오늘 본 것들을 순서대로 회상하면서 질문과 대답으로 소통하시는 모습에서 ‘역시 프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궁금한 것을 편하게 물어보고, 사진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모두 쏟아놓았다. 돌아오는 차 안의 풍경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잘난 척하고 싶은 똘망똘망한 눈망울들.
그들의 머릿속에 주먹도끼, 빗살무늬토기, 칠지도가, 백제금동대항로와 돌무지무덤이 들어 있다면 이번 체험학습의 효과는 만점이지 않을까?
내년이면 장원 선생님 일을 시작한지 10년이 된다.
아마도 장원인으로 보내온 나날 중 이번 답사가 가장 빛나는 한 순간으로 자리매김 될 듯하다. 왔던 길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믿는
나에게 앞으로 빛나는 한 순간들이 더욱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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