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은 선행학습을 위한 절호의 기회
1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겨울방학이 다가왔다. 방학은 공부할 시간이 많아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고 새롭게 배울 내용을 예습하는 데 좋은 시기다. 그래서 방학을 앞두고 새 학년을 대비한 겨울방학 단기 특강을 알아보는 학부모들이 많다. 서울 강남권의 학부모들 중에는 2년을 앞서가지 않으면 1년 뒤처진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자녀에게 무리한 선행학습을 시키는 사례도 많이 있다.
그동안 선행학습은 일부 최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예습하는 수준에서 행해졌는데 요즘에는 학생의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부분 학부모는 겨울방학을 자녀의 성적을 올릴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해 선행학습을 시키지만 선행학습을 한 아이가 모두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무리하게 진도를 나가다 보니 학습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가 생기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개학을 하면 아이는 선행을 통해 자신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게 되고 성적 향상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부작용이 없게 하려면 학습 이해도를 높이고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올바른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선행학습은 약일까? 독일까?
일반적으로 선행학습은 학교 수업 진도보다 최소 1개월 이상 미리 공부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학습에 앞서 미리 예습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방학을 이용해 선행학습을 해 두면 학기 중에 배울 때는 자동으로 복습이 되는 효과를 누리고, 새로운 내용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학습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선행학습을 해도 아이의 학업성취도에 따라 그 효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아이는 공부할 내용을 미리 알 수 있어 학습 흥미가 올라가고 수업 시간에 집중한 반면, 어떤 아이는 지난 학기에 배운 내용도 다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더 어려운 진도를 나가는 바람에 배움의 의지가 꺾이기도 한다. “우리의 뇌는 적절한 자극이 회로를 치밀하게 만드는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너무 강한 자극을 주면 회로가 스트레스를 받아 없어져 버린다”는 한국뇌연구원 서유헌 원장의 말처럼, 지나친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기억 중추인 해마 신경세포를 위축시킨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선행학습을 해도 되는 학생은 전체의 몇 %나 될까?
교육전문가들은 선행학습이 가능한 학생은 전체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현재 학년 연령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과 인지능력을 고려하여 전문가들이 설계한 교육 커리큘럼이기 때문에 상위 몇 %의 학생에게 선행학습은 자신의 인지능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영역이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선행학습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선행학습을 잘만 활용하면 아이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학습법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의미로 학교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힘든 학생들을 위해 ‘예습차원’에서 선행학습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이 되는 선행학습, 어떻게 하면 될까? 아이의 능력, 즉 아이의 학습 수준부터 파악하세요.
기초가 없거나 수준에 맞지 않는 선행학습은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개 선행학습은 짧은 기간에 많은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깊이 있게 공부할 수가 없다. 또 잘 모르는 내용을 보충, 심화하지 않고 새로운 것만 배우면 마치 다 아는 내용처럼 생각되어도, 막상 학기 중 수업이 시작되면 내용을 몰라 학습에 더 큰 부담만 느끼게 된다. 이렇듯 기초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준에 맞지 않게 한 단계 나아간 공부를 하면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도 이전 단계에서 닦은 실력 이상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선행학습을 계획한다면 내 아이가 현재 학년에서의 학습이 선행학습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이루어졌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선행학습은 최소 80% 이상의 이해도가 있어야 하고, 심화학습을 통해 어려운 유형의 문제까지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 학년에서 배운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배움의 동기를 충전한 다음 선행학습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준에 맞는 학습 진도를 설정하세요.
한 조사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 진도를 알아본 결과 ‘한 학기 빠르게’ 진행하는 비율이 전체의 45.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한 단원 빠르게’ 24.1%, ‘한 학기 초과 1년 미만’이 15.7%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육전문가들이 평균적으로 이야기하는 선행학습의 적정 진도는 ‘한 단원 빠르게’다. 선행한 내용을 기억하면서 현재 학습에 대한 흥미와 참여도를 유지하기에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선행학습의 적정 진도를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학습자의 수준과 학습에 대한 열의와 의지에 따라 적정 진도와 학습 효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행학습을 위한 적정 진도를 결정할 때에는 ‘많은 학습량, 빠른 진도’가 아니라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학습 수준’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학습자 수준을 고려한 선행학습 적정 진도 설정에 참고할만한 기준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학습 열의와 의지가 강한 최상위권 학생이라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선행학습이 가능하고, 중상위권(내신 점수 80~90점대)이나 중위권(내신 점수 60~70점대)이라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먼저 보충하면서 1개월~3개월 정도의 학습 선행을 병행하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하위권(내신 점수 기준 50점 이하)이라면 선행은 과감히 버리고, 이전 학습에서 배웠던 내용을 반복하거나 보충하면서 실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도록 한다. .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있는지 점검하세요..
대부분의 선행학습이 학원이나 과외 학습으로 이뤄진다. 이들 학습은 기본적으로 교사 중심의 주입식 수업이 특징이다. 그렇다보니 학생들은 교사가 이끄는 대로 진도 따라가기에 급급해 듣고 배운 지식을 차근차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갖지 못한다.
선행학습이 실력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기주도 학습이다. 학습자 스스로 학습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자기주도학습은 선행학습을 통해 배운 내용을 혼자서 복습하면서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 꼭 필요한 능력이다.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일방적으로 진도를 나가는 선행학습으로는 실력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이 그리고 빨리 배웠느냐가 아니라 진도에 대한 이해도와 완성도가 얼마나 되느냐가 약이 되는 선행학습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예습은 학습 내용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감을 자극하여 수업 시간에 흥미를 가지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학기 중에도 꾸준히 예습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의 수준을 고려한 적절한 선행학습으로 새 학년 새 학기 학습 동기를 높이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깨닫도록 만들어 보자.
올바른 선행을 위한 효과 만점 학습 전략!
① 취약 과목이나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한다.
많은 과목에 욕심을 내다보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취약 과목을 중심으로 하든지,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하든지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 초등시기에 특정 과목이 뒤떨어지면 중학교에 진학 후 해당 교과공부를 기피하게 되는 문제를 낳기도 한다. 약한 교과목이나 학습 단원이 무엇인지 살펴 복습과 예습 계획을 세워 본다.
② 단원의 계통에 따라 학습을 한다.
계통 학습이란 유사한 내용을 지닌 단원들을 묶어서 공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 5학년이 수학의 도형을 힘들어 한다면, 4학년 도형단원을 먼저 복습하고 5학년 도형단원을 이어서 학습한다. 그리고 6학년 도형을 선행해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계통에 따라 선행을 하면 현재 학습을 게을리 하는 부작용을 없앨 수 있고, 취약한 단원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③ 문제풀이보다 개념 이해를 중심으로 한다.
모든 학습은 새로 배우는 개념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때 학습은 요약 정리된 자료가 아니라 교과서에 기술된 방식 그대로 스토리 형식으로 접근해야 이해가 쉽고 빠르다. 만약 개념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문제풀이를 하면 단편적인 지식으로 기억돼 문제의 의도나 유형이 바뀌면 전혀 새로운 내용으로 다가오게 된다. 다 아는 내용인 것 같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 실력이 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하는 데 문제풀이는 매우 유용하지만 어디까지나 새로운 개념을 자기 것으로 충분히 소화시킨 뒤에 진행해야 효과가 좋고 오래 기억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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