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3학년 딸을 둔 선아 엄마는 요즘 생각이 많다. 옆집 지혜 엄마가 “선아는 역사 공부 어떻게 해?” 하고 물어온 게 화근이었다. “한국사 책을 좀 읽히려고 하는데 선아는 도통 관심이 없어.”라고 대답했더니 지혜 엄마는 그래서 되겠냐며 “또래 아이들 서너 명을 모아서 선생님을 모시고 한국사 그룹 과외를 시킬 건데 선아도 같이 할래?”하고 그룹 과외를 권해왔다.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기에도 살림이 빠듯한데 역사마저 과외를 시켜야 하나 싶다가도, 대학 입시에서 점차 중요해진다고 하니 무리를 해서라도 가르쳐두어야 하나 싶다.
# 천방지축 재훈이와 역사 탐방에 나선 재훈 엄마는 주말마다 속이 터진다. 역사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라 아들을 이끌고 주말마다 유적지며 박물관이며 순례에 나서는데, 문제는 애써서 데려가도 아들 녀석은 한눈으로 흘낏 보고는 금세 지루해하며 집에 가자고 조른다는 것. 사실 재훈 엄마도 역사는 잘 모르겠다. 길고 복잡한 역사를 어떻게 전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유적지 표지판에 적힌 것을 읽어주고는 사진 몇 장 찍고 집에 오게 된다. 그래도 역사 탐방을 다니다보면 하나라도 기억에 남겠지?
▲ 초등학생 대상 역사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주 불국사.
한국사 강화 바람 타고 초등 역사 교육에 관심 쏠려…
이해가 선행되면 역사 공부 어렵지 않아…
초등 연령층에 딱 맞는 학습 비법은?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 사이에서 역사 공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13년에 교육부가 ‘역사교육 강화방안’을 발표한 뒤로 나날이 한국사의 위상이 달라져서다. 무엇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의 폭이 크다. 올해 치러지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응시생은 문과·이과에 상관없이 한국사 과목을 수능 필수 과목으로 치러야 하고, 응시생이 한국사를 응시하지 않을 경우 수능 전체 성적이 무효화 처리된다.
일선 학교에서도 변화는 이뤄지고 있다.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 과정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는 국어, 영어, 수학과 함께 기초 공통 과목으로 지정되었다. 단독 과목으로서 한국사의 중요성이 국·영·수 정도로 중요해진 것이다. 중학교에서는 세계사와 한국사의 연계를 강조하였으며,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인물 중심, 체험 중심의 역사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즉,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초등 교과 과정부터 고등 교과 과정까지 일관되게 역사 교육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입시와 학교 일선에서 한국사가 조명을 받으면서 이제 한국사를 알고 공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역사 공부에 대한 초등 학부모님들의 관심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교재 및 학습법에 있어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국·영·수와는 달리 한국사 과목은 학습법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고를 수 있는 교재도 많지 않은 편이다. 학부모님들이 가진 교육 정보가 부족하시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을 수밖에 없다.
역사, 지루한 암기 과목? 이해하면 재미있는 과목!
역사는 일단 방대한 분량이 학생들을 숨 막히게 하는 과목이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대한민국까지 쭉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숨이 찬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툭툭 나오는 역사용어는 많기도 많고 어렵기도 어렵다. ‘뗀석기’, ‘간석기’, ‘중앙 집권 체제’, ‘율령’…. 어렵고 딱딱한 역사용어가 아이들을 역사의 미로에 빠뜨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역사는 지루하고 외울 것이 많은 어려운 과목이란 딱지가 붙었다.
역사는 오랜 시간 동안 인간들이 살아오며 겪는 인간사회의 변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초등 아이들에게는 거대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것으로 여겨질 만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도 결국은 역사적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역사적 인물과 개별적인 사건들이 결합하여 하나의 개연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스토리를 따라 이해한다면 어렵지 않다. 굳이 힘겹게 외우지 않아도 된다. 이해하면 쉬울 것을 억지로 외우려 들었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껴진 것이다.
초등 역사 교육, 인물 학습으로 시작하자!
그렇다면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 역사 공부의 첫 걸음은 어디에서부터 떼야할까? 그 대답은 교과서에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펼쳐보면 서술의 중심에 역사 인물이 있다. 학교 현장에서 가르칠 때에도 역사 인물의 행위에 대한 이해를 먼저 가르치고, 그 다음 사건이나 시대적 배경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러므로 초등 역사 교육은 인물 학습에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장원한국사 우리인물에 등장하는 역사 인물들 (왕건, 세종, 이순신, 정약용)
인물 중심의 학습은 일부 연령대에 국한하지 않고 초등 전 연령에 해당된다. 초등 아이들의 발달 특성에 따르면 아이들은 스토리텔링이 잘 구현된 이야기를 되풀이하여 읽고 싶어 한다.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인물의 감정과 생각에 쉽게 동화되기도 하고, ‘그다음엔, 그다음에는요?’하며 이야기의 결과를 알고 싶어 한다.
이러한 연령적인 특성을 활용하여 역사 인물을 다룬 이야기를 접해주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역사 자체에 대해서도 친밀감을 가지게 된다. 역사라는 과목을 어렵고 낯선 것에서 친숙하고 재미있는 것으로 바꾸는 열쇠가 인물인 셈이다.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인물에서 사건으로, 사건에서 주제로 옮겨 붙는 것이 역사 공부의 시작이다.
※ 다음 시간에는 본 글에 이어 <연령별 발달 특성에 맞춘 역사 교육 방법>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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